[EDITORIAL] EDITORIAL │ 자가격리 준비 완료 –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축구 컨텐츠
[EDITORIAL] EDITORIAL │ 자가격리 준비 완료 –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축구 컨텐츠

시덥잖게 여겼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심상치 않다. K리그 개막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희박하지만 도쿄 올림픽, 유로2020 대회 취소까지 국제적인 아젠다에 오른 상황에서 축구 없으면 못 사는 여러분의 상실감은 비할 곳이 있겠는가. 슬프게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가격리 당한 축구팬들을 위해 집에서 즐길 만한 넷플릭스 축구 컨텐츠 세 가지를 소개해본다.

 


 

#1. 죽어도 선덜랜드

 

2016-17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당한 선덜랜드의 2017-18시즌 분투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필름은 비극이다.

챔피언십에서 2017-18시즌을 시작한 선덜랜드는 이듬해 프리미어 리그 복귀를 꿈꾸며 희망찬 시즌을 시작한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선덜랜드는 2018-19시즌을 3부 리그 ‘리그원’에서 시작한다. 참고로 선덜랜드는 영국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도시로 인구가 30만 명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규모의 도시가 경산, 군포, 군산 등인 것과 이들이 매년 기록하는 평균 관중 3만 명이라는 숫자에서 지역사회에서 클럽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거의 종교에 가까운 이 클럽이 2017-18시즌 바닥을 치는 모든 순간들은 분명 ‘위대한 클럽 선덜랜드의 1부 리그 복귀기’를 위한 장면들이었겠으나, 이런 식으로 망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이러니하게도 클럽은 바닥을 쳤지만 작품은 성공했다. 만약 이 다큐가 선덜랜드가 1부 리그 복귀에 성공하는 클리셰였다면 과연 이 정도의 진귀한 장면들을 담을 수 있었을까?

총 8편으로 이루어진 전개는 전혀 희망이 없는, 슬픈 흐름이지만 먼 나라의 우리가 보기엔 슬프다 못해 웃긴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드러내며 지금껏 스포츠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없던 ’ㅈ망스토리’를 자아낸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틀리지 않은 듯.

 

#2. 보카 주니어스 컨피덴셜 (Boca Juniors Confidential)

 

남미를 대표하는 아르헨티나의 세계적인 클럽 보카 주니어스의 2018 시즌을 지켜볼 수 있는 4부작 다큐멘터리이다.

K리그 또는 유럽 축구에 친숙한 당신이 보카 주니어스를 세계적인 구단으로 만든 동력을 궁금해한다면 이 다큐멘터리 시청을 권장한다. 감독과 스탭, 선수, 프런트는 홈 구장 ’라 봄보네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을 4부작에 걸쳐 얘기하는데, 모든 인터뷰를 관통하는 한 문장은 ‘열정을 넘어선 열광적인 팬덤’이다. 이 열광적인 팬덤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북과 심벌즈를 활용한 독특한 응원문화인데, 이 사운드를 오디오로 사용해 경기 중이 아님에도 경기 중의 긴장감을 네 편 내내 유지한다. 이 긴장감 넘치는 오디오처럼, 선수와 스탭들은 그 오디오에 보답하기 위해 치열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프리시즌 중 한 호텔을 베이스 캠프로 잡은 보카 주니어스는 그 호텔을 마치 ‘라 봄보네라’ 경기장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스탭들은 그들의 침실, 훈련 시설, 마시는 음료에까지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심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최전선의 치열함에서 파생되는 열광적인 팬덤은 아르헨티나의 많은 슈퍼스타들이 이 구단에서 태어나고 뛰고 싶어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구단뿐 아니라 팬들이 만들어내는 장면의 비중도 상당하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보카 지역은 축제의 장으로 변하는데, 경기장 안팎을 블루&옐로우의 보카 저지를 입은 팬들이 가득채워 한 목소리로 광적인 진동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화면으로 접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 보카가 득점할 때면 팬들이 흥분해서 스탠드 앞쪽으로 쏟아져 나오는 장면은 단연코 하이라이트다.

구단 직원부터 선수,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마저 프로 의식을 넘어 사명감이 느껴지는 클럽, 보카 주니어스. 코로나의 여파로 집에 박혀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아르헨티나로 넘어가 광적인 팬들이 둘러싼 한 클럽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건 어떨까.

 

#3. 길 위의 월드컵 (Concrete Football)

 

프랑스 곳곳의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축구를 배경으로 그들의 풋볼 라이프를 그리는 단편작이다. 아마 오늘 소개하는 작품 중 가장 짧지만 가장 심오한 주제를 담지 않았나.

’축구’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서 빠지지 않는 전제는 바로 ‘11명이 팀을 이루는’이다. 해서 우리는 소수가 팀을 이루는 스트릿 풋볼이나 풋살을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하등 대체재’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 컨텐츠는 이러한 관점에 대한 반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관철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단지 ‘공만 차면 축구 아닌가요?’식의 뻔한 플롯이었다면 볼 가치도 없었겠으나 이 필름에서는 공보다는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다. 지금껏 팀 스포츠 라는 이유로 개인의 즐거움을 등한시해온 우리의 시각을 팀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개인으로 전환하며 그들이 느끼는 즐거움, 열정, 투쟁심을 화면에 담는다. 때문에 전반적인 장면들은 개인기, 드리블 등의 액션들로 구성된다. 또한 커다란 피치에서 볼 수 없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플레이 스타일과 패션, 바이브 넘치는 길거리 경기장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화려한 구성에 더해 리야드 마레즈, 오리에 등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선수들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최근 국내에도 ‘팀 이전에 개인’이라는 가치관의 도입이 이루어지며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유소년 축구에 8인제를 도입, 추후 4인제, 2인제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축구의 개인화가 아닌 팀을 이루는 최소단위를 단단하게 하기 위한 흐름일 것. 어쩌면 이 작품의 제목인 ‘콘크리트 풋볼’의 ‘콘크리트’는 우리가 즐기는 축구를 받쳐주는 단단한 기반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각설하고, 결론은 51분짜리 단편 필름이니 라면 먹으면서 볼만한 주제라는 것. (영문 트레일러가 없는 관계로 불어 트레일러로 대체한다)

 

 

오늘 소개한 세 컨텐츠 외에도 넷플릭스에는 축구팬들이 즐길만한 작품들이 꽤 많다. 물론 직접 공을 차는 것만큼 축구를 즐길 방법이 있겠냐만은, 동네 축구장마저 문을 닫는 이 망할 바이러스 시국이 끝날 때까지 축구는 당분간 넷플릭스 검색창에 ‘FOOTBALL’을 치는 것으로 즐겨보자.